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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실 | 언론크르랩-저녁이 있는 삶 살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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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4-05-12 02:11 조회1,05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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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저녁이 있는 삶 살고 있습니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오후 6시 30분이면 어김없이 가족과 저녁식사 테이블에 앉는다. 남들과 저녁을 먹는 일은 많아야 주 2회다. 조디 캔터 뉴욕타임스 기자가 2012년 펴낸 `오바마 가족(The Obamas)`에 따르면 그렇다. 저녁 식사 뒤에는 주로 딸의 숙제를 돕는다. 가족과의 식사 뒤 업무에 복귀할 때도 있지만 일상적인 상황은 아니라고 한다. 세계 최대 강국인 미국 대통령은 이렇게 `저녁이 있는 삶`을 산다. 당신은 어떤가.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은 한결같이 한국인의 성실함을 칭찬한다. 그러면서도 습관으로 굳어진 야근에 대해선 따끔하게 한마디 던진다. 커피 마시고 인터넷 뒤지며 낮 시간을 보내다 늦게 퇴근하지 말고, 업무 시간에 집중도를 높이라고 말이다.
한국 사회에 정시퇴근, 이른바 `칼퇴` 문화가 안착해야 할 시점이 왔다. 오랫동안 일한다면 성과가 좋을 것이라는 통념을 깨고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식을 배워야 한다. 일찍 퇴근해 머릿속에서 일상 업무를 `오프(off)`시켜야만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샘솟는 법이다. 또 가정에서 좋은 아빠, 좋은 엄마 소리를 들어야 회사에서도 안정적인 업무 수행이 가능해진다.

낮에 할일 미뤄 괜한 야근 `칼퇴` 문화가 생산성 높여

OECD 34개국 중 노동생산성 28위 업무양(量)보다 질(質)로 승부해야 창조경제 가능

프랑스로 이민을 떠난 한국인이 매일 혼자 야근을 했다. 프랑스인 상사가 "무슨 짓이냐"고 다그쳤다. 한국인은 "내가 열심히 하고 싶어 하는 것"이라며 "덕분에 당신 성과도 좋아질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상사는 이렇게 꾸짖었다. "너는 지금 우리가 오랜 세월 힘들게 만들어 놓은 소중한 문화를 망치고 있다. 너를 의식한 누군가가 저녁이 맛있는 삶과 사랑을 주고받는 주말을 포기하게 하지 마라."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됐던 내용이다. 야근이 일상으로 굳어져 가족과 저녁시간을 보내기 힘든 한국인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물론 프랑스와 같은 선진국이라고 모든 직장인이 `칼퇴(정시퇴근)`를 보장받는 것은 아니다. 업무가 몰리거나, 또는 직무 성격에 따라 야근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야근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국인과 다르다.

미국에서 특정 직원이 야근을 일삼으면 그 직원을 해고하든지 관리자를 해고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능력이 없어 업무시간에 주어진 일을 완수하지 못하는 경우라면 해당 직원을 해고해야 한다. 반대로 직원 실력은 괜찮은데 야근을 계속한다면 업무 분담이나 권한 위임이 제대로 안 됐다는 증거니 관리자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서구 기업 문화와 비교하면 한국은 매우 다르다. 한국에서는 전통적으로 `야근=성실성`으로 여겨져 왔다. 회사에 오래 머물며 상사 눈에 자주 띄어야 인정받았다. 대표적인 국내 대그룹에서 성공가도를 달려온 현직 CEO는 "제때 퇴근하고 가족까지 챙겨가며 어떻게 일에 몰입하고 조직의 수장이 될 수 있겠느냐"며 아끼는 후배를 다그쳤다고 한다. 이런 CEO가 계속 등장하는 한 한국에서 `저녁이 맛있는 삶`이나 `사랑을 주고받는 주말`을 아예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전문가들은 장시간 근로와 상사 눈도장 찍기로 인정받으려는 `한국형 성공 공식`을 바꿀 때라고 입을 모은다. 정시퇴근을 안착시켜 업무시간 내 집중도를 높이고 일과 삶의 균형을 찾아줘야 조직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인이 오래 일하면서도 생산성이 높지 않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졌다. 지난해 한국인은 하루 평균 10시간 30분 일했다. 1년간 총 2090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치(1776시간)를 크게 웃돈다. 반면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34개국 회원 가운데 28위로 최하위권이다.

지난해까지 국내 기업에서 일한 호주인 마이클 코켄은 `한국인이 낮은 노동생산성을 기록하는 이유들`이라는 블로그 글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상명하달식의 의사소통, 정기적인 회식과 친목 모임에도 불구하고 진솔한 소통의 부재, 사내 메신저와 카카오톡 등 스마트폰으로 인한 시간낭비 등을 언급했다. 여러 이유 중에서도 야근의 일상화를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직장인이 퇴근시간 내 일을 잘 마무리하더라도 `칼퇴`하기보다 상사 눈에 성실하게 보이는 `야근`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런 목적으로 야근을 하다 보니 행복도도 떨어진다.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행복감은 OECD 국가 중 33위로 거의 꼴찌다. 오래 일하지만 생산성 낮고, 피로만 쌓이고, 가족과 서먹해지고, 자기개발 못 하고, 삶의 질은 떨어지는 게 한국인의 현실이다.

오바마 美 대통령도 가족과 저녁식사 가족간 유대가 회사생활 안정에 기여 적절한 휴식은 번아웃해소에도 도움

정시퇴근은 이런 비상식적인 상황을 바꿔줄 첫걸음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일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취임 직후 첫 부서장회의에서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면 야근은 하지 말라"고 했다. 오전 9시부터 밤 10시까지 근무에 익숙해지면 오후 6시에 끝낼 수 있는 일도 밤 10시까지 나눠서 하게 된다는 것이다. 효율적으로 일하려면 오후 6시 퇴근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천장현 머서코리아 이사는 "외국계 기업이 정시 퇴근한다고 부러워하는 한국인이 많지만 그들은 업무시간에 사적인 전화까지 자제할 정도로 일에 몰입한다"며 "정시퇴근은 적당히 일을 끝내고 집에 가라는 게 아니라 업무 효율을 높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둘째, 정시퇴근은 과다한 업무에 지친 직장인에게 적당한 휴식을 준다. 이탈리아의 명품 의류 브랜드 `브루넬로 쿠치넬리`는 CEO부터 말단 직원까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하루 딱 8시간만 근무한다. "오늘 피곤한데 내일 아침 창조적인 일을 할 수도, 명품을 만들어 낼 수도 없다"는 창립자의 신념 때문이다.

매경이코노미가 지난해 12월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0명 중 8명 이상이 직무소진(번아웃) 상태에 빠져 피로감, 의욕상실, 무력감 등을 호소했다. 한창 뛰어야 할 20~30대 젊은 층에서 번아웃 현상이 심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번아웃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직원 업무 효율을 감소시켜 조직의 경쟁력에 타격을 주고 결국 국가 미래도 암울해진다"고 진단했다. 정시퇴근으로 업무에서 한 발짝 물러나 휴식을 취하면 번아웃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서울 서초동 삼성그룹 본사는 밤 11시에도 불을 환히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런 야근 문화가 창의적인 사고를 방해한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서도 휴식이 필요하다. 신동원 성균관대 의대 교수는 저서 `멍 때려라`에서 "사람의 뇌는 `집중`과 `휴식`이 번갈아 가며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인들은 휴식 없이 집중 상태만 지속하려는 경향이 강한데, 이렇게 되면 뇌에 과부하가 걸려 문제를 일으킨다는 설명이다. 적절한 자극은 뇌 활동에 도움 되지만 자극이 지나치거나 장기간 이어지면 오히려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말이다. 장시간 근로가 뇌출혈 가능성을 높인다는 최근 연구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양윤선 메디포스트 사장도 비슷한 생각을 한다. "퇴근하면 곧장 업무를 오프(off)시키고 출근하면서 다시 온(on)시키겠다는 생각으로 확실히 구분해야 피로를 줄이고 새로운 통찰력도 생긴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시켜주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경제 성장을 주도했던 베이비붐 세대는 가정을 포기(?)하다시피 하며 일에 매진했다. 가정에 소홀해도 열심히 일하는 가장에 관대한 분위기였다.

젊은 세대는 다르다. 진정한 행복은 일과 개인 삶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라는 믿음이 강하다. 가족과의 따뜻한 관계에 대한 열망도 강하다. 삼성그룹의 내부 통신망에는 자녀와의 서먹한 관계, 아내와의 잦은 말다툼 등 가족과의 갈등으로 고민하는 글이 적지 않다. 자녀 성장기에 함께 시간을 나누거나 부부간 깊은 대화를 나누지 못한 탓이다. "회사가 고민 상담을 해주는 등의 배려를 해주는 것도 좋지만 불필요한 시간 외 근무를 줄이는 게 첫 번째 과제"라는 게 삼성 내부의 반응이다. 40대 직장인 김무경 씨는 "한국인의 근면성이 경제를 일으켰다는 해외 평가에 자랑스러웠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저성장으로 접어든 지금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 고민한다. 아이에게 프렌디(Friend+daddy·친구 같은 아빠)가 되려면 일찍 퇴근해야 한다. 사회적으로도 일할 때 확실하게 하고 또 쉴 때 확실하게 쉬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일과 삶의 균형을 제대로 실천하려면 8·5제(8시 출근 5시 퇴근)를 고려해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인의 출퇴근 시간이 평균 62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5시 퇴근해야 6시 무렵 가족과 저녁식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국, 유럽, 호주, 뉴질랜드 등의 여러 기업이 5시 퇴근을 고수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제시간에 회사 문을 나섰다고 정시퇴근은 아니다. 스마트폰·태플릿PC 등으로 퇴근 뒤까지 업무가 이어진다면 이는 진정한 `칼퇴`라 보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몇몇 글로벌 기업들은 업무시간 외 이메일을 제한한다. 2011년 독일 자동차 기업 폭스바겐은 저녁 6시 15분부터 아침 7시까지 업무 이메일을 보내지 않는 정책을 시행했고 직원 피로 감소에 효과가 컸다고 평가받는다. 프랑스 노사가 최근 저녁 6시 이후 업무 관련 이메일을 보내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짓는 협정을 체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별취재팀 : 명순영(팀장)·김헌주·배준희·강승태 기자 / 사진 : 류준희·윤관식 기자 / 그래픽 : 송준영 ]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756호(05.07~05.13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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