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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실 | 신촌 살인 10대들 과거 자살시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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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2-05-14 01:40 조회13,41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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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 살인 10대들 과거 자살시도 했었다




한겨레







[한겨레]프로파일러 면담 내용

지난달 30일, 서울 신촌에서 대학생을 잔인하게 살해한 10대들 모두 과거에 폭력 또는 학대에 노출된 경험이 있고, 각각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 피의자인 대학생 윤아무개(18)씨와 고교생 이아무개(16)군·홍아무개(15)양 등 3명을 면담한 서울지방경찰청의 프로파일러는 "이들 모두 죽음을 생각해봤고, 또 죽으려는 시도를 해봤던 경험이 있다"며 "`우리 죽지 말자`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 더 아껴주고 돈독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들의 자살 시도 뒤에는 폭력과 학대의 경험이 있었다. 3명의 10대 피의자들은 부모로부터 심하게 맞거나 정서적으로 방임된 경험이 있으며,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기도 했다고 프로파일러는 전했다. "이들의 정서는 `네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나도 알아`, `내가 힘들지 않게 해 줄게`로 정리할 수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감정이입이 아주 잘 돼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살해 동기에 대해 "돕고 싶었다", "지켜주고 싶었다"는 표현을 자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김아무개(20)씨와 한번도 만난 적 없었던 윤씨가 김씨 때문에 홍양과 이군이 힘들어 한다는 사실만으로 살인을 공모한 이유도 이로써 설명된다는 게 경찰의 시각이다.

경찰은 숨진 김씨의 사건 당일 행동에 대해서도 분석하고 있다. 프로파일러는 "대학 입학 이후에도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던 김씨가 이군·홍양 등과 다투면서도 관계를 회복하고 싶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건 당일 사과의 뜻을 담은 선물을 준비해 이군 등을 직접 만나려 했던 것도 물질적 수단을 매개로 관계 맺기를 시도하는 하나의 방식이라는 것이다.

프로파일러는 "이들이 초자연적·영적 현상에 진짜로 몰두했다기보다는 관계를 맺고 애착욕구를 해소하는 수단·소재로 `사령카페`를 활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황준원 강원대 의대 소아정신과 교수는 "학대 경험은 심리적으로 매우 강력한 정신적 외상(트라우마)으로 작용해 우울증, 만성 자해 또는 자살로 나타나기 쉽다"라고 말했다.

인터넷에서 벌어진 갈등이 살인으로 이어진 데 대해서도 학대 경험이 영향을 미쳤다고 경찰은 분석했다. 김씨는 이들이 인터넷 카페를 따로 개설해 김씨를 따돌리자 이를 견디지 못하고 스팸에 가까울 정도로 많은 양의 문자를 보냈다. 이군·홍양 등은 이에 대해 "꼴도 보기 싫어", "안 봤으면 좋겠어", "죽어 버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숨진 김씨도, 이군·홍양도 서로의 행위에 대해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받았던 셈이다. 프로파일러는 "지속적으로 학대를 당하다 보면 사회적 관계 능력(social skill)을 키울 수가 없어, 스트레스를 스스로 조절하는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 프로파일러는 또 "`폭력이 나쁘다`는 것을 인지하는 `폭력 제어 메커니즘` 역시 부모나 친구와 관계를 맺으면서 내면화하는 것"이라며 "이런 메커니즘이 없는 가해자들이 `없애 버려`, `죽어 버려` 등의 얘기를 주고 받다가 실제 살인까지 감행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40여차례나 김씨를 찔러 잔인하게 살해한 것과 관련해서는 `매 맞는 아내 증후군`에 비유할 수 있다. 프로파일러는 "가정폭력을 당하다가 남편을 살해하는 아내들을 보면 베게로 얼굴을 눌러 질식만시켜도 되는데 그 수준 이상 굉장히 잔인하게 죽이는 경우가 있다"며 "반복적으로 폭력을 당하다보면 내가 어느 정도 폭력을 가해야 상대가 죽는지 가늠이 안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언제든 다시 살아나서 날 해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스스로 상대의 죽음을 납득할 때까지 흉기를 휘두르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잔인성이 도드라져보인다는 것이다.

경찰은 지난 11일 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살인 방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던, 숨진 김씨의 전 여자친구 박아무개(21)씨에 대해서는 "보강수사를 통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진명선 기자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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